주식투기 무엇이 문제인가

점점 우리 사회가 노름을 부추기는 사회로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국영 방송은 주식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노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긴 프로그램을 가지고 매일 새벽 6시부터 사람을 부추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전망을 한다는 전문가는 점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한동안은 억대 졸부들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를 죽였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번다는 생각은 낡아도 한참 낡은 생각이 되어 버리고, '운'이 좋으면 갑자기 ‘갑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모든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큰돈을 바치면서 '운수 대통'을 기원하는 버릇이 생기고, 마치 한국에서 종교가 크게 부흥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주식투기는 노름이다. 주식시세를 알리는 전광판 앞에 하루 종일 앉아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이 매우 큰 소득을 얻는다면, 그 사회가 어떻게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가? 

 

자기는 아무런 생산적인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떼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남의 주머니를 터는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좋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노름에서 돈을 따게 마련이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한다.

기업가들이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바로 주식 투기꾼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주식투기꾼이 계속 돈을 버는 제도나 환경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주식 투기꾼인 투자 신탁회사(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게 공적 자금을 퍼부었다. 

 

물론 정부가 투자신탁회사의 부실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식가격이주식 가격이 내려가면 정부의 인기나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정부가 투신사에게 주식을 사들이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투신사가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장관은 자기 목숨을 연장시키느라고 주식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를 바랄 것이지만, 도대체 이런 요구를 멀쩡한 장사꾼인 투신사가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하나는 투자신탁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자기 목숨을 연장하려고 상관의 명령을 받아들인 것이고, 둘째는 정부의 말을 들었으니까 투자신탁회사가 잘못되면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손실을 메워 주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유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민주화가 매우 중요한데,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도 이
점을 무시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투기꾼에게 떼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이 그 역할이 아니다. 주식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발행하는데, 주식 구매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구매한 사람이 언제라도 현금으로 되팔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매매시장이 성립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발행 시장과 유통시장이 구분되는데, 노름꾼들이 활동하는 시장은 바로 유통시장이다. 주가를 큰손들이 조작해 떼돈을 버는 곳, 투신사들이 주가 폭락으로 큰 손해를 보았다는 곳, 외국투기꾼들이 엄청난 이득을 올린 곳은 유통 시장이다. 그러나 유통시장에서 노름꾼들이 돈을 잃었다고 해도 생산업체의 활동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이닉스의 주식가격이 유통시장에서 30% 하락했다 하더라도, 하이닉스의 실물자본이 축소되는 것도 아니고 생산 판매활동은 아무런 변화 없이 진행된다. 주식 가격은 장래의 모든 배당소득을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한 것(즉 주
식 가치)을 중심으로 변동하며, 주식 가격은 주식가치로 수렴하는 경향을 가진다. 다시 말해 어느 기업이 앞으로 큰 이윤을 올릴 것 같으면 그 기업의 주식 가격은 상승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주식투기꾼들이 주식 가격을 자꾸 올려놓으면 언젠가는 주식가치의 수준 이하로 폭락해, 1929년 10월의 뉴욕 주식시장 공황 같은 거대한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케인스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약점은 소득 불평등과 실업이고, 이것들은 주식투기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았다. 주식투기에서 떼돈을 버는 사람도 있고 재산을 모두 날려 버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주식투기꾼들이 모두 함께 주식 구매를 거부하기 때문에 기업은 투자자금이 없어 도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케인스는 노름꾼인
주식 투기꾼을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우리 사회에도 많은 교훈을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