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의 출현과 독점

대불황과 초기 카르텔의 출현

1875-1900년에 서구에서는 대불황이 나타나 각종 업종에서 카르텔(cartel)이 형성되었다. 이 카르텔은 불황기에 나타나는 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을 중단시켜 각 상품의 생산량과 가격을 조절함으로써 참가 기업들의 손실을 감소시키거나 이윤을 증가시키려고 했다. 

카르텔은 참가 기업들에게 생산량을 할당하고, 담합에 의해 상품의 가격을 높은 수준에서 고정하며, 판매시장을 분할해 각 기업에게 배정하기도 했다.

카르텔을 통해 생산량과 가격의 조절이 상당히 달성되긴 했지만, 참가 기업들이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카르텔은 곧 붕괴해버렸다.

예컨대 생산능력이 큰 기업은 생산할당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기를 원했고, 생산의 효율성이 큰 기업은 협정가격보다 싸게 판매함으로써 자기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석유 카르텔 OPEC

OPEC도 석유수출국들이 만든 카르텔이다. 1973년 10월과 1979/80년의 겨울에 석유가격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세계경제를 불황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공동으로 결정한 석유 생산량과 석유 판매가격을 회원국 정부가 제대로 지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 특히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결정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석유공급의 과잉과 석유가격의 하락이 나타나게 되었다.

2005년 OPEC이 다시 단결력을 과시해 석유가격을 인상했으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셰일가스가 등장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이 미국으로 바뀌자, OPEC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기업이 독점하면 계획적인 경제가 될까?

다수의 독립기업 대신 독점이 활동하면 자본주의의 ‘무계획성’ 또는‘무정부성’(anarchy)이 제거될 수 있을까? 물론 기업이 대규모화하고 산업이 점차 소수의 독점적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어 감에 따라 독점적 대기업 사이의 담합과 협정에 의해 그 산업의 생산과 판매가 규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더욱이 독점적 대기입 사이의 경쟁에 의해 경제 전체에 혼란(예: 상품의 과잉생산, 대량 실입의 발생, 주가의 폭락)이 야기되는 경우, 국가(또는 정부)가 개입해 독점기업들 사이의 경쟁을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조정하므로 경제의 운영에 계획성이 상당부분 도입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의 무계획성(또는 무정부성)은 본질적으로 개별 기업이 자기의 이윤을 증대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한 기업이 다른 기업들보다 더 큰 이윤(=평균이윤+초과이윤)을 얻기 위해 기술혁신을 도입했다고 하자. 다른 기업들은 기존의 기계설비를 많이 써보지도 못하고 폐기 처분해야 하므로 큰 손해를 입게 되거나, 기존의 기계설비로 계속 생산하는 기업들은 도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산의 무정부성의 한 예다. 

기술혁신과 노동

물론 독점적 기업들이 경쟁적인 기술 도입을 어느 정도 규제함으로써, 기술 도입에 따른 경제 전체의 혼란을 축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윤의 원천은 노동자의 잉여노동이기 때문에, 기술혁신을 통해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착취하지 않으면 이윤의 원천이 고갈될 수밖에없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는 기술혁신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기술혁신에 따른 경제 전체의 혼란도 당연히 뒤따르게 마련이다.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며, 팀 작업을 통해 작업내용을 풍부하게 하고,품질을 향상시키며 각종의 개선을 제안하게 해야만 한다.

그리고 점점 더증대하는 노동조합의 힘을 억압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노동자들의 숙련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해고를 단행할 필요도 있다.

기술혁신의 목적을 이윤의 획득과 노동자의 세력 약화에 두지 않고,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여가시간을 증가시키는 것, 그리고 다양한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주민 모두에게 분배하는 것에 둔다면, 기술혁신은 결코 큰 낭비를 수반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 전체에 큰 도움을 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