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모델의 성공과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1997년 말의 공황이 모든 자본주의 경제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주기적 공황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다른 시기의 경기순환과는 달리 격심한 외환위기와 경제적 파국을 동반한 이유는 당시의 한국경제의 제도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주기적 성격으로 인한 한국이 IMF가 오게 되는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 공황의 주기적 성격
한국의 주기적 공황은 자본주의 경제의 내재적 성질이며, 또 정상적 기능의 결과인데, 한국경제는 1996년 3월에 1970년 이후 여섯 번째의 주기적정점에 도달했다. 그 이후 경제는 수축국면으로 진입해 GDP 성장률과 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이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경상수지 적자도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경기가 벼락경기(붐)로부터 침체로 전환한 것은 전형적인 과잉 투자 때문이었다. 1990년대 전반부에 재벌들은 국내 시장에서 다른 재벌들과 경쟁하기 위해, 그리고 해외시장에서 거대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설비규모의 팽창과 신기술의 채택 등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
이러한 투자는 호황기에 형성된 낙관적 기대로 인해 미래의 위험을 고려하지않고 추진되었다. 더욱이 당시에 한국경제는 저기술 · 저단가 품목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경쟁력을 잃은 상태였고, 고기술 · 고단가 품목에서는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세계시장에서 국제경쟁은 더욱더 격렬해졌고, 세계시장 규모는 점차 작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의 재벌들은 전자·반도체 ·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의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도했던 것이다.
이 투자자금은 국내 금융기관과 해외은행으로부터 조달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재벌들의 부채비율은 매우 높아졌다. 실제로 1997년에 파산한 재벌 중 일부는 1,000% 이상의 부채비율을 보이기까지 했으며, 어떤 차입금은 회임기간이 긴 투자에 잠겨 있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 중반에 이처럼 금융적으로 취약한 상태 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금융적 취약성이 산업 공황으로 진행되었는가? 그것은 이자율이 상승해서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이윤율이 저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핵심 수출품이 수출량의 정체나 감소, 또는 수출단가의 하락에 부닥침으로써, 그동안의 투자가 과잉투자로 판명되었고, 이에 따라 설비가동률이 저하해 수익률이 제하했다.
영업수익률과 경상수익률은 1996년에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총차입금에 대한 평균이자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의 산업 공황은 금융적 취약성과 이윤율 저하가 결합해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아무리 효율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윤율 저하에 직면하게 되면 파산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1997년 초부터 부채비율이 높은 재벌들이 연속적으로 부도에 빠지게 되었다.
1월에는 한보철강(재벌순위 14위), 3월에는 삼미특수강(28위), 4월에는 진로(19위), 5월에는 대농(33위), 6월에는 한신공영(50위), 7월에는 기아(8위), 10월에는 쌍방울(26위), 11월에는 해태(24위)와 뉴코아(25위)가 각각 부도에 직면했다.
이러한 재벌들의 연속적 파산은 당연히 은행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손상시켰는데, 1997년 말의 부실채권은 22조 6,000억 원으로 전체 대부액의 6.0%에 달했다. 이 금액은 1996년 말과 비교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또한 종합금융회사의 부실채권도 3조 9,000억 원에 달했다. 그 결과 26개 상업은행 중 18개가 1996년의 흑자에서 1997년에는 적자로 전환했으며, 종합금융회사도 큰 손실을 보았다.
결론
결국, 수많은 기업들의 파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의 누적 및 손실 확대는 신용공황과 은행 파산을 초래함으로써 금융공황을 야기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가 갖는 주기적 공황의 특성(즉, 호황→ 과잉투자와 과잉부채 → 기업 파산 → 신용공황 →은행 파산 → 산업 공황의 격화)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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